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부채 억제 방안

가계 부채 급등, 그리고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방안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권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를 줄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부동산 투기 과열 및 가계부채의 급증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인데요.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거치식 주담대 운영을 중단하고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 취급 중단,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한도 및 만기 축소를 시행하거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대출 증가세

2024년 7월 이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총 22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달에만 주담대 대출이 무려 6조 8,000억 원 이상 늘어나는 등 부채 증가세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금리 상승만으로는 가계부채의 증가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금융당국은 부채 관리 체계를 ‘금리’에서 ‘대출 수량’ 조절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이런 조치는 단순히 금리 인상이 아닌 대출 규모 자체를 관리함으로써 부동산 투기 및 과열을 직접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관리를 이토록 중시하는 걸까요?

 



가계부채의 정의와 위험성

가계부채는 가계가 대출을 통해 발생시키는 모든 부채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신용대출,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등이 포함되며, 이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부동산 투자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주담대의 규모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대출에 짓눌리는 가계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가계부채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로도 드러납니다.

 

현재 한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국가 중 선두권에 있습니다.

 

이 비율은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거의 두 배에 달하며, 가계가 소득에 비해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그 배경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다음 세 가지로 크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예정된 부동산 호황 (금리 인하)

장기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낮은 금리는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고, 이는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여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 안정적 자산으로 인식되어 투기적 수요가 더욱 커졌습니다.


2)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수도권에 주택 수요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수도권 지역의 경제적 기회와 생활 여건이 나아지면서 인구가 유입되고, 이에 따라 주택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3) 규제로 인한 수도권 공급 부족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수도권 공급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린벨트와 같은 지역의 개발 제한,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 등은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과 그 파급 효과

1.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해짐

높은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습니다.

 

예를 들어, 3억 원의 주담대를 30년간 3% 금리로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총이자는 약 1억 5,500만 원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4%로 오를 경우, 총이자는 약 2억 1,500만 원이 되어 이자 부담이 6,000만 원 이상 증가하게 됩니다.

 

이처럼 금리 1%의 상승만으로도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이러한 변화는 가계의 재정 부담을 가중해 파산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집니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매월 상환해야 하는 금액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가계의 재무 상태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2.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의 가능성

높은 부채는 소비 위축을 불러일으킵니다.

가계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이게 되는데요.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수익은 줄고, 이는 경영난으로 이어지며 고용 축소 및 임금 감소를 유발합니다.

이에 따라 소비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국의 경제 구조는 가계와 기업의 상호작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가계의 노동력을 이용해 소비재를 생산하고, 가계는 임금을 받아 소비를 통해 경제 활동에 참여합니다.

 

따라서 소비가 위축되면 전체적인 경제 순환이 막히게 되어 경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소득 양극화 심화와 부의 불평등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득 계층 간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3억 원의 대출을 받은 두 사람의 경우, A 씨는 월 소득이 150만 원이고 매달 상환금이 125만 원이라면, B 씨는 월 소득이 300만 원인 상황에서 같은 금액을 상환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의 소득 격차는 2배지만, 대출 상환 후 남은 여유 자금은 A 씨 25만 원, B 씨 175만 원으로 7배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이 낮은 계층의 재정적 여유를 줄이고, 저축 및 투자 능력을 크게 제한해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러한 계층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정부의 대응책

1. 주택 공급 확대

정부는 2024년 8월에 발표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42만 7,000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 재개발 및 재건축 활성화,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린벨트

 

이처럼 공급을 확대하여 수요와 균형을 맞추는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실제로 공급이 완료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대출 규제 강화

금융당국은 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기존 DSR에 추가적인 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금리를 높임으로써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주담대와 같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억제하고, 부동산 투자 수요를 줄여 가격 안정을 유도하려는 의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 또한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입니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면, 우리나라만이 금리 인하의 흐름에서 벗어나 고금리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대출 금리 인상 및 대출 억제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