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정부에서, 한국 증권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고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현대자동차는 2024년부터 배당금을 25% 늘리고 4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밸류업에 나섰습니다. 이로써 순이익의 35%를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이 어떤 인과관계에서 일어난 것이며,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밸류업 자율 공시 가이드라인, 그러나 저조한 실적
2024년 5월 26일, 한국거래소는 상장사들의 ‘밸류업 계획’을 자율 공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석 달 동안 이를 자율 공시한 상장사는 전체 상장사 2,594곳 중 단 9곳에 불과하며, 향후 공시를 예고한 기업도 11곳뿐입니다.
이는 전체 상장사의 0.8%에 그치는 수치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밸류업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1.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4년 2월 26일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는 것인데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주식시장이 여러 요인에 의해 저평가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주요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인데요. PBR은 기업의 순자산 가치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이 많고 시가총액이 낮을수록, 즉 주가가 기업이 가진 가치에 비해 저평가될수록 PBR은 낮아집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PBR이 낮다는 것은 우리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의 시장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죠.
이러한 저평가 현상은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대신 해외 주식시장,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 몰리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2.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습니다.
1)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
한국 기업은 창업자와 대주주의 영향력이 매우 강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주가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대주주의 이익 추구에 따라 기업 경영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두산밥캣의 합병에서 발생한 불공정 논란 역시 이러한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오너 리스크로도 불리는 이 문제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2) 주주 환원 정책의 미흡
한국 기업은 주주 환원 정책이 미흡한 편입니다. 주주 환원이란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행위를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있습니다.
주주 환원 정책의 핵심 요소
1. 배당: 기업 이익의 직접적인 환원
배당은 기업이 수익을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은 자연스럽게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시세 차익뿐만 아니라 배당 수익을 통해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고배당 ETF 상품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해외 기업의 경우, 수익의 40~50%를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대주주의 영향력이 강하고, 배당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편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배당 성향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2. 자사주 매입과 소각: 주식 가치의 상승
자사주 매입은 상장된 주식을 기업이 직접 사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주가를 안정시키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8,700원인 상황에서 기업이 9,000원으로 목표 매수가를 설정하면, 투자자들은 9,000원 이상으로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입 자체가 호재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주 환원 목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소각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스톡옵션 발행이나 합병 등 다른 의도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주식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행위로, 발행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1주당 가치를 상승시킵니다.
이는 주식의 저평가 방지와 공매도 세력의 저지 효과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유동성이 과도하게 줄어드는 경우에는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 발행 수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
1. 자율적인 기업 가치 제고 노력
한국의 상장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고, 이를 통해 시장평가를 개선하여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자율적 밸류업 활동은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를 형성하여 한국 증권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 세제 지원 및 제도 개선
정부는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마련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기업들이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주 환원에 소극적인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의 성공 사례와 밸류업의 과제
최근 현대자동차는 적극적인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통해 밸류업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배당 성향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직접적으로 높인 결과로, 한국 기업들이 밸류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소유주들이 "회사는 나의 것"이라는 인식을 "회사는 주주의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주주 환원에 대한 미흡한 인식과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은 장기간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가 오랜 관습을 깨고 주주 가치에 초점을 맞춘 기업 문화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변화가 한국 증권시장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